라이프로그


그 때 그 많던 DMB 학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갈색 기억과 TU 미디어

벌써 6 여 년 전인가 보다. 일본대중문화 개방과 관련 심야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무조건 개방을 서둘러야 한다는 측과 국내 산업에 좀 더 시간 여유를 주자는 쪽이 서로 마주 앉았다. 나는 개방 지연 쪽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사실상 문광부가 개방 로드맵을 이미 짜놓고 벌인 토론이어서 조금은 맥이 빠져 있었다. 그런데 나를 신나게 만드는 패널 하나가 건너 편에 앉아 있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이라 했다. 여러 통계 자료에 의하면 지금 당장 열어야 큰 경제적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열변을 토했다. 김 빠진 토론인지라 건성건성 듣다가 너무 심하다 싶어 쏘아주었다. 기억을 더듬자면 다음과 같이 퉁명스럽게 말했던 것 같다 “삼성경제연구소 데이터를 어떻게 믿나? 당신들 데이터 믿고 삼성이 영화와 대중문화산업 진출했다가 손 털고 나가지 않았나. 왜 삼성경제연구소가 나라 정책에 감놔라 배놔라 그러는가. 자신의 모회사 비즈니스도 하나 제대로 못 챙기면서.....”


갑자기 오래된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 며칠 전부터 DMB 방송 사업이 다 죽게 되었다고 아우성인 기사들이 여기 저기 올랐다. TU 미디어의 홍보 전략일거라 짐작했다. 방송위원회에서 위성 DMB의 지상파 재전송을 심의 중인 바 허용해라고 TU미디어가 언론 여기저기를 쑤신 듯하다.


한 때 DMB 호황

위성DMB 방송을 하는 TU미디어 뿐만 아니라 지상파 DMB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란다. 세계 유일의 위성 DMB니 뭐니 하더니 사정이 참 딱하게 되었다. 미국식, 유럽식을 놓고 그렇게 다투었고, 사업자에 선정되기 위해 머리를 싸매더니 지상파 DMB 역시 딱한 모습이다. 뉴 미디어 시대라고 하더니 한국은 뉴 미디어들이 재미를 보기 힘든 그런 곳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DMB 사업자들의 죽는 시늉을 접하고는 지난 4년 동안에 벌어진 DMB 관련 세미나, 토론회, 공청회 등을 쭉 살펴보았다. 놀라워라~ 이렇게 많은 토론을 했다니.... 그런데 아무도 지금과 같은 일이 있을 거라 예측하지 않았다. 대부분이 장밋빛 예측이었다. 각 언론은 DMB 시대가 오면 우리가 누릴 혜택을 전해주느라 여념이 없었다. 대부분 홍보성 기사들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은 앓는 소리하는 TU미디어는 학회에 DMB관련 국제 세미나 하라고 몇 억씩 되는 돈을 안겼다고 한다. 언론학회만 주면 안 되니까, 방송학회도 주고, 또 그러면 언론정보학회가 화내니까 거기도 주고. 세미나, 토론회, 국제학술대회 등에 들어간 돈만도 몇 십억 원은 족히 되겠다는 생각이다. 돈을 먹은 쪽에서 잿빛 전망을 할 리가 있나? 다 잘 될 거라고 말하지.


왜 안 따지는 걸까?

그날 텔레비전 토론에 나온 그 연구원은 지금 이름을 날리며 대학에서 활약하고 있다. 삼성의 대중문화산업 실패에 대해 그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그가 현재 문화관광부의 문화산업정책, 한류 정책을 위해 많은 자문을 한다는 소식을 여기저기서 들었던 것 같다. 마찬가지로 그 때 그 많은 DMB 학자들은 이제 IPTV를 이야기하느라 여념이 없으니 DMB에는 눈길을 줄 시간도 없고 책임도 없다. 


모르긴 해도 TU미디어, 지상파DMB 사업자들이 사업 신청을 할 때 많은 학자들이 사업계획서 작성에 참여했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DMB방송 시대를 열어야 된다고 그렇게 가열차게 주장했던 학자들이나 계획서에 참여했던 학자들은 AS 정신 정도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주장이 맞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그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도록 도와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럴 자신이 없다면 자신의 전망이 틀렸다고 고백하든지.


학자 개인뿐만 아니라 큰돈을 챙겼던 학회도 그에 대해 일말의 언급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미안해서라도 전 학회원이 가입을 하든지. 그런 고해가 없고 자기 진단이 없으니 사업자들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생떼를 쓰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사업을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편의를 봐달라고 요청한다. 심지어는 공적으로 행해져야 할 행정 절차까지 간소화하거나 눈감아달라고까지 말한다.


왜 사업자는 그 때 그 큰돈을 안겼던 그 학자들에 가서 왜 틀린 전망을 했느냐, 도대체 이게 뭐냐고 따지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DMB사업이 안정화되기도 전에 IPTV, 와이브로(WiBro)를 꺼내 새로운 경쟁을 만드느냐고 따지지 않는 것일까. 그 근처에 가보지 않은 나로서는 참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덧글

  • 류노스케 2007/11/29 10:45 # 답글

    참 공감가는 글이네요
    IP-TV도 혹여 큰 삽뜨는 거 아닌가 싶어
    걱정이 많이 되네요
  • JOSH 2007/11/29 11:45 # 답글

    그냥 말단 정부산하기관 직원 입장에서는....
    당시 너무 이해가 안갔어요...

    지금 광고수익 벌어들이는 회사가 누구인가...
    현재 방송사들이 그 위치와 책임이 있으니까
    지상파 DMB사업도 떠안아 진행해야 하지 않는가.... 싶었는데..

    위성DMB는 그때 이미 스카라와 같은 구조로 간다해서 별 발전 없겠구나 하고
    이미 기대를 접었었습니다.
    그게 한국에서 수익 날만큼 회원을 유지한다는 기대 자체가 좀....


  • 비빔밥 2007/11/30 18:26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시각디자이너 입니다. 위에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공감! ^ ^
    광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입장에서 수많은 위성DMB 관련 일들을 했었죠.
    정작 저는 휴대폰의 기능은 전화 받는걸로 족하다는 생각을 지금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고
    우리나라에성 대기업이 손대면 다 된다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릴 수 있는 사건인것 같아요
    현재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마케팅...소비자의 생각을 닫아버리는 광고...
    언제나 IT선진국이라고 이야기 하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통신관련 비용만 어마어마하게
    털고 있는 도적때 같은... 너무 길어졌나요? 할말이 많은데...
    아무튼 날카로운 논설! 계속 부탁드립니다. ^ ^
  • 김명식 2007/12/04 22:08 # 삭제 답글

    DMB사업은 지상파/위성 가릴 것 없이 실패한 사례로 남을 것 같습니다. 실패의 가장
    큰 요인은 언급하신 수많은 학자와 연구원들의 책임도 일정부문 있겠습니다만,
    시장논리로 파이만 키우려고 했던 정부의 실정과 언론의 핑크빛 전망이 한몫 대단히
    했다고 봅니다,,환상만 쫓은 셈이지요...
    DMB뿐 아니라 IP-TV 의 경우에도 이익집단간의 첨예한 대립과 무엇보다 실제 시청자들이 별다른 혜택도 누릴것이 없는 천박한 자본논리로만 접근하려는 태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세계표준획득 : 해외에서도 국내표준을 따르게 되었다")하는
    지극히 산업적인 논리로만 접근하려는 지점에서 불거진 과오인 것이지요.
    중복되는 서비스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앞으로 IP-TV, 와이브로, HSDPA, WCDMA등
    유사서비스들은 어떻게 교통정리가 될런지 DMB와 같이 시장에서 퇴출될 날만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무엇보다 수용자 복지에 대해서는 털끝만큼의 진정성을 가지고 고민이나
    하고 있는지 그들의 행보가 궁금할 따름입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 lifa 2007/12/15 15:09 # 삭제 답글

    케이블TV(SO)종사잡니다. 이 글을 읽다보니 또 IPTV문제가 생각나네요. 통신사업자들은 새 플랫폼이 시청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고 또 신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볼 거리가 없는데 플랫폼만 늘리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케이블에 들어가는 채널 100개 가운데 양질의 채널이 열개 안팎인데 채널이 무한대라는 것이 무슨 장점이 될까요?

    결국 텅빈 채널에 외국 PP사업자들이 들어와 돈을 챙겨가겠죠. 물론 SO들도 잘 한 것 하나도 없습니다. 그동안 PP들 갈취해 먹은 것이 SO이니 제 발등 제가 찍었다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문제는 콘텐츠인데, PP나 CP들 살려줄 이야기는 하나도 없고 도둑놈들 이야기만 판을 치니 가슴이 아프네요.

    DMB 역시 플랫폼이니 서비스 기반이니 하는 기술적인 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매체 특성에 맞는 콘텐츠 개발에는 등한시하다가 이꼴이 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한마디 적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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