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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라디오는 좀체 사회적 의제가 되질 않는다. 미디어 비평란에 라디오가 화제가 되는 일은 참으로 드물다. 언론학자들이 모이는 세미나에서 라디오가 토론 대상이 되는 일도 희귀하다. 너무 친숙한 탓일까. 늘 주변에 있어 친구가 되었지만 홀대를 받는 라디오의 신세는 딱하다는 말로밖엔 설명하기가 힘들다. 그냥 흘려버릴 수 없는 사건들이 라디오에서 벌어지지만 관심을 두지 않는 세태에 이르면 오랜 친구 라디오에 미안한 느낌까지 들기도 한다. 지난 해 연말부터 라디오 진행자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시사 프로그램을 담당했던 진행자들에 잔혹한 결정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들이 끌고 있는 인기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은 방송 외적인 일들로 그들을 마이크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있다. 방송사들은 경영난으로 내부인력으로 충당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설명하지만 진행자들이 인기를 끌어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은 없다. 그래서 그 사건엔 정치적 결정이라는 설명이 따라다닌다.
KBS 라디오의 정관용, 박인규, SBS 라디오의 김민전 등이 이미 마이크 앞을 떠났다. 그리고 어제 8일 MBC 라디오의 김미화에게도 수난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모두들 시사 프로그램을 담당했고 어느 정도 라디오 전체 편성에서 입지를 구축한 인기 진행자들이었다. 경영난이라면서 일정 청취율을 확보하고 있는 프로그램 진행자를 교체하고 있으니 이는 자살골 편성이랄 수밖에 없다. 편성 전략이야 방송사 고유의 권한이니 뭐랄 수는 없다. 하지만 진행자들이 보여주었던 수행성을 아끼며 박수를 보냈던 청취자들에 이르면 사정은 달라진다. 방송 편성은 방송사의 권한이기도 하지만 청취자들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짬을 내 그 프로그램에 귀를 기울였고, 나름대로 청취의 버릇도 만들었던 청취자들이 납득할 만한 사유가 없다면 지속 편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청취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만한 단서가 보이지 않는다. 청취자 무시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진행자에 내린 결정을 두고 내부 제작진들조차도 정치적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토록 어렵게 이어왔던 라디오의 생명력을 라디오 스스로 거둘 모양이다. 그 고난의 시기를 함께 해준 청취자 친구를 배신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비디오 시대가 온 탓에 죽는 라디오가 아니라 정치적 유탄으로 숨을 거두는 라디오가 될까 걱정이다. 라디오 방송의 자살골 편성이 점입가경이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이 글은 4월 9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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