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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수원 광교산 언저리는 온통 봄 잔치입니다. 집 앞의 성당, 옆의 수녀원에도 꽃들이 잔치를 벌이느라 시끌벅적입니다. 좁은 집 마당에도 여러 꽃이 피었네요. 서울에 비하면 촌스럽기 짝이 없는 동네지만 그래도 이 작은 꽃 동네가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모처럼 학교를 나서기 전에 사진에 담아 보았습니다. 며칠 지나면 다 사라질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사진에 담으며 꽃들을 손에 담으며 이런 저런 생각도 같이 곁들여 보았습니다.
봄엔 소식을 전하고 가을엔 따뜻한 몸까지 만들어주니 산수유는 고마운 나무임에 틀림없습니다. 부엌 바로 옆에 이 산수유가 버티고 있으니 봄과 가을을 주야로 느끼며 이 놈이야말로 정직한 소식통이구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짓 없이 세상의 흐름을 노란 색으로 혹은 빨간 색으로 전해주는 산수유를 보며 흔들리는 소식꾼 한국 미디어들을 생각해봅니다. 영양가 없는 그 미디어들을 고민해봅니다. 산수유 미디어 그런 것은 없는지.....
매실만큼 온갖 용도로 쓰이는 열매가 있을까요. 일본에서는 한국의 김치처럼 먹고 있더군요. 매실이 들어가지 않는 ‘벤토’는 없을걸요, 소화제라 생각해서 도시락 마다 넣어두는 모양입니다. 한국에서도 매실 장아치, 매실차, 매실 주, 매실 김치...... 집 한 구석에 우두커니 서 있지만 정말 아낌없이 주는 나무입니다. 그 하얀 속살을 보인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매실들이 자리를 잡겠지요. 그처럼 아낌없이 주는 사회적 미디어도 있으면 좋으련만. 미디어들이 아낌없이 주기 보다는 더 많이 거둬들이길 원하고 있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벚꽃, 일본말로 사꾸라로 불립니다. 우리에게 사꾸라는 좋은 어감을 갖지 못하지요.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부류의 사람을 그렇게 부르지요. 아니면 진실하지 못한 자를 그렇게 부르지요. 요즘 한국 언론들도 그런 소리를 들을까 걱정입니다. 이미 몇몇 채널들은 시청자를 청취자를 배신하는 행위들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봄 바람에 날려가듯 그 사꾸라 채널, 프로그램들도 사라졌으면 하고 기원해봅니다. 자두나무로 옮겨 볼까요. 작년에 자두도 열렸습니다만 역시 까치밥이 되고 말았습니다. 까치가 자두를 몇 번 쪼아먹고 내버려두자 그 다음은 개미 몫이더군요. 자두열매에 진물이 흐르면서 온 동네 개미들이 다 모여들었습니다. 자두는 아무도 맛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자두에 봉지를 씌워둘까 궁리 중입니다. 물론 까치 몫은 몇 개 남겨두고요.
자두나무 밑에 장독대를 만들었습니다. 독 속에는 여러 된장, 고추장이 익고 있습니다. 지난 번에는 부산에 계신 어머니께서 멸치 젖국도 보내주셔서 익히고 있습니다. 까치와 개미가 자두를 다 훔쳐가도 아직 옛날 입맛 만은 쉽게 가져가지 못합니다. 묵을수록 더 맛이 나는 옛 맛 앞에선 누구도 당당하지 못하지요. 그래서 이미 자연스럽게 된 문화를 꺼내고, 다듬고, 고치고, 새롭게 하는 미디어의 역할은 언제나 중요한 것이지요. 미디어는 항상 우리 입과 연결되어 있는 장독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민들레, 토끼, 오랑캐꽃, 귀화식물.... 이렇게 말꼬리를 잇고, 마당을 한 바퀴 돌고나니 완연하던 봄이 저 만치 가버리는 것 같습니다. 봄이 달아날까봐 시작한 촬영이었는데 막상 다 담고 보니 아쉬움이 더 큽니다. 차라리 시작하지 말 걸 그랬나 봅니다. 첫사랑의 손을 잡기 위해 떨린 가슴이 손을 잡은 손 보다 더 기억에 남지 않던가요. 영원히 살고 싶어 온 수원 광교산 밑에서 맞은 봄은 참으로 따스하나, 그 봄이 감싸고 있는 이 땅은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을 계속했습니다. 맞이한 봄만큼 모두 화사하게 웃고, 서로 보듬고 그랬으면 합니다. 그런 날을 맞기 위해 봄 잡념들을 떨치고 학교로 향했습니다. 미래를 짊어질 그 든든한 어깨들은 가진 젊음을 만나기 위해 학교를 향했습니다. 오직 거기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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