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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이주 노동자들은 왜 이태원을 주말 근거지로 삼았을까. 미국 인류학자인 알렉스 레온하트는 한국인이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만든 결과라고 말한다. 주한 미군으로 대접받으려는 아프리카인들의 전술적 선택이라고 해석한다. 한국인의 편견과 아프리카인의 대응이 만들어낸 인문 지리적 결과가 곧 이태원 아프리카 커뮤니티라고 한다. 일상 속 외국인이 보이는 사고, 행동, 문화는 곧 한국의 지표다. 아프리카인에서 한국을 읽을 수 있고, 그들의 살림살이에서 한국적 문화도 훑어낼 수 있다. 너무 낯익어서 잘 들여다 보지 못했던 한국의 삶을 읽을 수 있는 유용한 텍스트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의 등장이 반갑고, 고맙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이태원을 찾는 아프리카인들의 전술적 선택처럼 미녀들도 곧 한국과 방송을 간파하기 시작했다. 수다에도 금기 사항이 있음을 눈치 챘다. 가능한 한 수위 조절을 해 나갔다. 혹 한국인의 자존심을 건드릴 때는 귀엽고 예쁜 표정을 동원했다. 그 때 만큼은 백치미로 커버하는 지혜도 십분 발휘해나갔다.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을 거두는 원칙도 미녀들은 터득했다. 한국인의 눈에 위협이 될 수 없음을 확인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식했다. 한국에 푹 빠졌음을 반복적으로 고백하거나, 한국인 남자와 사랑을 나누거나, 아직 한국을 몰라 우왕좌왕하는 푼수이거나, 한국을 배울 각오로 충만한 워너 비(wanna-be)이거나......
베라 호흘라이터가 구설수로 고생할 즈음 “신입생 미녀등장, 기존 미녀 긴장”이란 내용의 기사들이 등장했다. 새로운 출연자 등장을 알리는 소식이었다. 더 깜찍한 미녀들이 등장했고, 더 황당한 한국 경험을 귀여운 억양으로 말한다는 내용이었다. 베라 호흘라이터도 그런 수준의 수위조절이 필요했지만 그를 어겼다. 그래서 고생이 많다. (오른쪽은 베라 호흘라이터의 책 표지) 한국에서 5년을 살았다는 독일인 마디아스 슈페히트는 황당한 눈초리를 모은 그 프로그램에 쓴 소리를 보탰다. 마치 동물원 같단다. 외국인 데려다 놓고 한국말 시키고, 그들의 억양을 듣고 웃고, 김치 먹을 수 있냐고 물으니 웃기기 짝이 없단다. 마치 100년 전으로 돌아가 사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자신을 비추어줄 타자조차 같은 사람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한국은 열심이다. 자신을 들여다볼 수 없는 숙명적 한계를 극복할 기회조차 무산시키려 한다. 그들이 곧 자신의 지표, 거울임을 알면서도 ‘미녀’들을 한 몸 되게 만들고, 전술적 선택을 하게 만들고 있다. 자신의 눈을 찔러 눈을 멀게 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아직 인기가 있어 미련은 남겠으나 접을 때를 적절히 택하는 것도 프로그램을 오래 기억토록 하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이 글은 한국일보 2009년 8월 27일자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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