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9일. 폐쇄되었던 한국일보 편집실의 문이 열리는 날이었다. 한국일보 사주인 장재구가 용역을 시켜 편집실을 봉쇄하고 기자들을 길거리로 내몬지 한 달여 만이다. 그날 편집실 입실 전에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국일보의 전직 기자, 독자, 문화예술인, 학자들이 모여 벌인 회견이었다.
지지발언을 부탁받았다. 한국일보 사건은 간단하게 보아야 더 잘 보인다는 말을 전했다. 신문사주가 신문 뒤에 숨어 자신의 신분을 보장받겠다는 의지가 도사린 전형적인 나쁜 신문 문화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는 점, 신문사를 개인이 사사로이 활용하고 운용하고 처분해도 상관없다는 사유화 욕망, 기자들을 종업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는 언론직에 대한 몰이해, 편집과 경영의 분리라는 기본 상식마저도 부정하려는 무지함이 한데 얽힌 일이라는 지적을 했다. 사주 측에서 지속적으로 신문의 ‘편집권’을 운위하며 물타기를 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었다.
트윗터에는 편집실에 막상 들어갔으나 신문 제작을 해낼 수 없다는 기자들의 하소연이 오른다. 조판과 인쇄를 장악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 예측했다. 법원의 결정에 승복하는 척하지만 쉽게 물러설 자들이 아니다. 어쩌면 한국일보를 둘러싼 다툼은 이제부터 본격화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긴 싸움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신문사주를 불러 수사한다고 했을 때 떠안을 정권의 부담이 만만찮음을 귀신같이 파악하고 있는 한국일보의 사주는 부릴 수 있는 온갖 재주를 다 부릴 거라 생각하면 만만찮은 싸움일 수밖에.
이 다툼에서 온 몸을 던진 언론인들의 의지가 중요해졌다. 장재구와의 다툼이 아니라 외연은 훨씬 더 넓은 싸움이다. 온갖 발행인들이 뭉칠 것이고, 그 발행인들의 수족 노릇을 하는 편집 쪽에서도 쉽게 한국일보 언론인들의 손을 잡아주진 않을 게 뻔하다. 눈치를 보는 수사기관은 개입을 않을 것이고, 꼭두각시 몇을 두고 신문을 계속 찍어내며 발행인 노릇을 계속해갈 것이고.....
손을 벌릴 만한 곳은 뻔하다. 독자들에게, 그리고 시민사회에 호소하는 일말고는 달리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마저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독립언론을 내세우며 홀로서기를 해오던 인터넷 신문들도 협동조합언론으로 간다며 분주하고, 기존언론에 혐오를 느낀 시민들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독립언론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종이 신문이 사주와의 싸움을 명분으로 독자와 시민사회에 손을 벌리는 일은 명분이 없어 보인다. 기껏해야지지 성명이나 서명, 방문을 받기는 하겠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 그게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도울 일을 찾아보려 한다. 일인 시위도 할 수 있고,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고, 밤을 새워 촛불을 들고 토론도 할 수 있다. 곳곳에 투고도 하고, 트윗으로, 페이스 북으로 알리는 일도 마다않겠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이상의 길이 보이지 않는다. 더 찾아보긴 하겠지만 지금으로선 그렇다. 여전히 의지를 갖고 끝까지 밀어붙일 한국일보 언론인들이 짊어메야 할 몫이 가장 커 보인다. 건강하시고,열심히 싸우시고, 그리고 반드시 이기길 기원한다. 혹 위에 적은 일들 외에 해야 할 몫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언제든 연락주시라. 뭐든 도와 드리리라. 파이팅~
덧글
2013/07/11 18:3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Blueman 2013/07/11 23:34 # 답글
한국일보의 정상화를 축하합니다.
이제 떨어진 신뢰도를 어떻게 회복하느냐랑 여기까지 오게 만든 장재구 회장 일가의 책임있는 행동을 기대할 뿐입니다.
한국일보 기자 여러분이 해직당하지 않은 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2015/08/29 07:44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Biueman 2015/08/29 07:46 # 삭제 답글
한국일보의 정상화를 축하합니다.
이제 떨어진 신뢰도를 어떻게 회복하느냐랑 여기까지 오게 만든 장재구 회장 일가의 책임있은 행동을 기대할 뿐입니다.
한국일보 기자 여러분이 해직당하지 않은 걸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노고산인 2015/10/09 18:13 #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