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2014년 8월 저널리즘
아 드디어 일본은 8월 저널리즘의 시즌이다. 오봉과 여름 휴가가 겹치지만 8월은 누가 뭐래도 일본에선 전쟁을 기억하는 시즌이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가 등장하고 전쟁에 참여했던 노인들이 경험을 이야기하고, 후방의 아낙네들이 어려웠던 시절을 기억한다. 신문과 방송은 그 이야기, 기억, 증언을 담아 전하며 매번 그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신문과 방송은 벌써부터 그런 기사들로 넘친다. 아베가 저지른 집단 자위권 문제나 역사 인식 문제 탓으로 더욱 그런 것 같다.
아사히 신문이 8월 5일 2면에 걸쳐 위안부 문제를 들고 나왔다. 사실 일본에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위안부 문제를 다룬 신문이었다. 위안부 문제로 고초를 많이 겪기도 했다. 이번 특집에서는 무려 7꼭지를 들고 나왔다. 전체 기조는 언론의 설명책임(Accountability)의 강조다. 아사히 신문에 위안부 보도에 관한 책임을 묻고, 그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요청이 많다는 이야기다. 과거 아사히 신문이 위안부에 관한 보도를 할 때 저질렀던 표기오류, 인용오류를 인정하는 한편 오류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여성들이 전쟁에서 성적 서비스를 강요당한 것은 불변함을 밝히고 있다. 자신의 오류와 함께 변하지 않는 전체 기조를 밝힌 것이다.
언론 기사는 많은 경우 학술담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논란이 있는 학술담론을 인용할 경우 시간이 지나 오류로 밝혀지기도 해 기사를 바꾸어야할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초기 한국의 위안부 관련 담론은 근로정신대 담론과 한데 뒤 섞여 혼란을 빚은 적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군위안부가 수 만 명에서 수십 만 명에 달하는 것처럼 논의되기도 했다. 군 위안부 관련 논문이 1990년대 이후에야 본격화되었는데 그 즈음에서는 그런 혼동이 일반적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기억과 오류 담론 등이 한데 뒤섞였다. 그런 가운데 언론에 전달되는 증언이나 코멘트 등도 그로부터 크게 자유스럽지 못했던 것이다. 아사히 신문은 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오류를 고백하되, 고노담화를 자신의 기조로 삼고 있음을 밝혔다. 그렇게 설명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NHK에서 영화 호타루를 다시 방영한다는 예고를 했다. 조선인 가미카제에 관한 이야기를 적은 영화다. 탁경현이 전쟁에 나가기 하루 전날 하숙집 아주머니에게 조국의 노래인 아리랑을 불렀다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영화화한 것이다. 그 뻔한 이야기를 또 들려주겠다는 NHK의 심보가 궁금하기는 하다.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가미카제 특공에 참여했던 갑종비행 10기에 대한 다큐가 이미 방송되었고, 9일과 16일 가미카제 관련 다큐를 이어간다고 한다. 이 흐름은 아사히 신문과는 대조적이다. 이제 거의 죽음을 앞에 둔 용사들에 마이크를 대고 친구들에 대한 기억과 회한으로 눈물을 적시는 모습을 전한다. 그들이 전하는 말은 그리 소주아지 않다. 흑백 사진과 기록 필름 속에 담긴 낡은 젊은이들의 모습, 그리고 세상 하직을 앞두고 그를 그리워하는 노인들 그것만으로 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한국에도 일본에 미치지 못하지만 8월 저널리즘이 있다. 식민지, 광복, 정부수립, 남북분단을 이야기하는 일정 흐름이 있다. 올해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이명박 정권 때 보여주었던 뉴라이트 역사관에 입각했던 수 많은 다큐멘터리들, 이번에도 큰 부끄럼없이 비슷한 보습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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