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과학자의 자살

                                 (아베에게 사업을 설명하는 사사이 요시키 교수. 그는 아베노믹스의 상징이기도 하다)


일본 이학연구소의 사사이 요시키 재생발생과학연구 센터 부센터장이 85일 자살했다. 그는 같은 연구소의 오보카타 연구주임의 STAP 세포 논문의 공동저자였고, 연구를 지도 감독하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논문이 네이쳐 지에서 취소되고 연구 부정에 대한 여론이 거세지자 심신이 피곤함을 주변에 알려왔다고 한다. 그는 네이쳐와 셀 등에 10 여 편의 논문을 게재한 일본에서도 유능하며, 앞 날이 창창한 연구자였다. 그에 대해서는 논문 작성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기 보다는 관리 감독이 소홀했다는 주의가 내려진 터라 그의 자살을 바라보는 일본은 안타깝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동안 그의 연구 행보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참으로 많은 것들이 얽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사이 씨는 교토대학의학부 출신이다. 그는 36살에 출신학교의 교수로 임용되어 유능만능줄기세포(iPS) 연구에 전념했다. 이 분야는 교토대학이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같은 대학의 야마나카 교수는 이 분야 연구로 2006년 노벨 생리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공동수상했다. 그 같은 배경에서 그가 모교였던 교토대학을 떠나 이학연구소를 떠난 것 부터가 파격적인 사건이었다. 그가 더 큰 꿈을 가지고 있었거나, 아니면 이학연구소에서 큰 돈을 걸고 그를 스카웃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어찌되었건 그는 더 큰 과학자가 되기 위한 꿈을 꾸고 있었음에 분명하다.

연일 그의 자살 소식을 알리는 미디어는 중계차를 연구소와 그가 안치된 병원, 그리고 자택이 있는 고베에 배치하고 뉴스를 쏟아낸다. 오보카다 신드롬이랄만큼 연구 논문 자체가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연구에서 밝힌 신형만능세포 실험이 정말 성공적이었다면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는 희소식이 되고, 의약산업으로서도 그야말로 잭팟이 터질 일이었다. 오보카다의 예쁜 용모도 대중에게 어필했고, 그가 텔레비전 화면 앞에서 만들어낸 제스처도 대중으로 하여금 안타깝다는 맘을 갖게 했다. 30대 초반 미모의 여성 과학자의 화려한 등장, 그에 대한 외부에서의 반격과 내부의 응전, 그리고 고의가 아닌 실수를 인정하며 떨어뜨린 여성 과학자의 눈물. 텔레비전은 미모의 여성 과학자의 눈물이 시청률을 높여 준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그러니 그를 지도 감독했던 유능한 과학자의 자살 소식은 미디어로서는 또 다른 먹이감이 아닐 수 없다.

오보카다의 연구 업적을 알리는 발표 기자회견 자리에도 같이 했던 그는 이 연구가 같은 분야에서 최근 20여년 연구 중 최고였다고 칭찬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지 않아 날조위기에 빠졌었다. 그러자 미디어의 인터뷰는 갑자기 둘 간에 부적절한 관계는 없었는지를 묻기 시작했다. 둘은 강력히 부정하고 불쾌한 억측이라고 말했지만 미디어는 물었던 말을 되 삼키진 않았다. 이미 암시되어 버린 탓에 둘은 옴짝 달짝하지 못하고 불륜의 주인공인양 이야기되고, 그 불륜의 틈새에서 연구결과가 나온 것처럼 부풀려졌다. 사사이 교수가 병원에 입원한 것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거기다 사사이 교수는 자살하면서 오보카다 연구원에게 따로 유서를 남겼다. 즐거운 연구 기간이었으며 앞으로도 연구를 진전시켜달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제 누구도 증언해주기 힘든 애정 라인이 되었으니 미디어의 부적절한 관계질문은 이쯤 되면 기정 사실화되어 아련한 실험실 사랑 이야기로 번질 것이 뻔하다.

과학자의 꿈, 그 과정에서 드러난 연구 성과에 대한 강박 그리고 연구부정, 그를 클로즈업하는 미디어. 부적절한 관계를 묻는 마이크, 그리고 심신이 피곤함을 고백하며 고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과학자. 이야기 거리에 목말라 있는 미디어와 대중에게 이 보다 드라마틱한 일이 있을까. 이제 이야기는 번져간다. 아베가 이학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사사이 교수는 직접 연구소의 연구 성과들을 브리핑했다. 연구성과가 실질화되었을 때 얻을 일본의 경제적 이득까지 곁들였다. 아베 정부는 그 분야의 연구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다. 지금 이학연구소에는 새로 짓는 연구동들이 있는데 대부분 사사이 교수와 관련된 것이라 한다. 그만큼 그는 이미 큰 과학자가 되었고 외부로부터 펀드를 따오고, 국가와 직접 딜을 할만큼 힘있는 과학자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몇몇 매체는 그의 죽음이 아베 정부의 새로운 산업을 미는 아베노믹스에 큰 타격을 가져올 거라는 엄청난 점프로 감행해 보도하고 있다. 이제 드라마에 정치까지 보태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과학, 연구실 부적절한 관계, 미디어, 정치, 그리고 야망. 이 요소들로 한 과학자의 삶과 죽음이 버무려지고 있다. 텔레비전이 심하게 나섰다고 해서 이 요소들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모두 허구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젠 과학자의 삶이 미디어가 만들었던 허구적 이야기로 다가가면서 그 간극을 좁혀지고 있는 듯 하다. 과학자들이 내 몰리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더 연구하라, 더 돈을 따오고 실적을 올리며, 네이처에 셀에 사이언스에 기고하고, 조직의 이름을 높이고, 경제도 살리고, 노벨상도 받고, 건물도 더 짓고, 텔레비전에 얼굴도 더 내밀고, 국가 보조도 받고, 수상도 대통령도 만나고, 가능하면 과학 발전을 위해 국회에도 가고, 더 큰 대학으로 가서 최신 랩을 만들어 학생들도 끌어오고....... 세상은 과학자를 이렇게 이끌고, 활용하려 한다. 화려하게 만들어진 수없이 많은 욕망 표상에 다가가지만 그건 결코 채워지지도 않고, 주변에선 칭찬하면서 한발 더 전진하라고 박수로 등을 떠밀지만 결코 만족을 만나지 못한다. 결코 채워지지도 달성되지도 않는 욕망일 뿐이다. 큰 돈 주머니를 찰 의약업계는 아픈 환자들의 희망을 저버리지 말라며 돈도 던지고, 휴머니스트 코스프레도 벌인다. 하지만 실상은 내몰고, 지치게 만들고, 허황되게 만들며 결국 죽게 만드는 일들이다.

과학계의 부적절한 관행들이 점차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과학자의 이미지는 위에 적은 표상과 크게 다르지 않고, 실재 과학자들도 그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심지어 미래의 과학자들도 그에 익숙해지며, 그 이미지에 자신을 가두는 일을 스스로 해내려 한다. 이는 과학계의 재생산 구조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보이지 않는 비과학적 요소가 더 큰 힘을 쓰는 구조일 뿐이다. 이 자연스럽지 않은 것의 자연스러움. 그게 지금 탈출구 없는 과학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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